김시종 작가가 오는 6월 5일까지 서울 신사동 갤러리 LVS에서 개인전 《Supernatural》을 연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사진을 기반으로 디지털 콜라주 기법을 활용한 작업 20여 점을 통해, 전통 회화와 현대 이미징 기술, 자연과 인공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미적 실험을 선보인다.
김시종은 광고회사에서의 커뮤니케이션 경험과 영국왕립예술학교(RCA)에서의 조형 교육을 바탕으로, 사진·회화·조각의 요소를 넘나드는 다매체 작업을 이어온 작가다. 그의 작품 세계는 눈에 보이는 자연의 사실성과 인간의 심상을 직조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생명과 죽음, 현실과 환상 사이의 모호한 균형 위에 서 있게 만든다.
정물, 생명의 유한성과 인공의 조화
대표작 중 하나인 ‘Flowers in a tin bucket vase’는 17세기 네덜란드 정물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시리즈다. 화려하게 만개한 열대의 헬리코니아, 봄의 튤립, 겨울의 심비디움까지 계절을 초월한 식물들이 한 화폭에 배치되고, 그 사이를 뱀과 나비가 가로지른다. 정물화라는 형식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 속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과잉된 생명력과 공존의 긴장을 동시에 자아낸다.
김시종은 각각의 꽃과 곤충, 파충류를 하나씩 따로 촬영해 색감과 형태를 조정한 뒤, 유기적으로 결합시켜 화면을 완성한다. 생물학적으로 함께 있을 수 없는 종들이 하나의 화병 안에 공존하는 장면은, 자연을 넘어선 인공적 연출이자 개념적 정물화에 가깝다. 뱀은 바니타스 회화의 전통처럼 죽음과 유혹을 상징하며, 생명으로 가득한 꽃 속에 조용히 숨은 존재로 등장한다. 이 시리즈는 궁극적으로 “화려함 속에 감춰진 유한성”, 즉 현대의 바니타스를 다시 묻는다.
오리너구리의 모험, 존재의 경계를 넘다
또 다른 대표 연작 ‘오리너구리의 모험(Adventure of Platypus)’은 육지, 강, 바다를 동시에 넘나드는 독특한 서식 생물을 통해 경계의 허무함을 말한다. 오리너구리는 포유류이지만 부리를 가진 조류의 특징과 어류의 습성을 함께 지닌 생명체로, 서구에서는 18세기까지 실존을 의심받던 존재였다. 김시종은 이 ‘혼종의 생명체’에 작가 자신을 투영해, 물리적 장소나 전통적 장르에 속박되지 않는 예술의 자유로움을 상징화했다.
오리너구리가 열대어 사이를 유영하는 장면은 회화처럼 정지된 듯 보이지만, 각 개체는 각각 다른 환경에서 촬영된 이미지다. 이질적인 세계의 교차는 단지 시각적 상상력이 아니라, 작가가 영국에서 체류하며 느낀 이방인의 감각과 정체성의 사유로 이어진다. ‘오리너구리의 모험’은 자아가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여정이며, 이질성과 본성을 동시에 품은 존재가 어떻게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지를 질문한다.
예술, 초자연적 이야기의 공간
전시 제목 ‘Supernatural’은 초자연적인 것의 출현을 의미하기보다는, 자연과 인공, 사실과 개념, 인간과 비인간이 만나는 지점을 말한다. 김시종은 "예술은 인간의 의식이 자연에 개입하면서 만들어내는 합(合)이며, 이미지의 세계는 단순한 재현을 넘어선 이야기의 공간"이라고 설명한다.
그의 작품은 영국의 파크하얏트 런던, 폴 스미스 런던·파리·베를린 매장 등에 소장·전시되며 국제적으로도 주목받고 있으며, 현재는 MCM의 e커머스 아트디렉터로도 활동 중이다. 광고·디자인·예술이라는 이질적 분야의 교차 위에서 그는 항상 혼종성과 경계의 문제를 예술로 풀어왔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미적 감상이 아니라, 오늘의 예술이 존재론적 질문을 어떻게 시각적으로 풀어내는지를 보여주는 한 편의 시적 탐색이다.
김시종의 《Supernatural》은 6월 5일까지 갤러리 LVS(서울 강남구 도산대로27길 33)에서 관람할 수 있다. 관람 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토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며, 일요일은 휴관이다.
글=하주희 기자
출처 : [전시] 꽃과 뱀, 오리너구리의 시적 상상… 김시종 개인전 ‘Supernatural’ 개최 : 월간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