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연 개인전 <저 苧 마 다 의 Hansan 226 days >
김보연
2023-07-28 ~ 2023-08-11
■ 전시개요
전시기간: 2023.7.28.(Fri)-8.11(Fri) OPENING RECEPTION 5PM 7.28(Fri)
전 시 명: 『저(苧)마다의, Hansan 226 days』 김보연 개인전
『Hansan 226 days, of each 苧(mosi)』 Kim Bo Yeun Solo Exhibition
참여 작가: 김보연 Kim Bo Yeun
장 소: Gallery LVS (갤러리 엘비스)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27길 33 (신사동, 쟈스미빌딩 B1) Opening Hour 9:00 – 18:00 (Mon-Fri) 10:00-17:00 (Sat)
전시문의 : T. 02-3443-7475 E. info@gallerylvs.org
갤러리LVS에서 김보연 개인전 『저(苧)마다의, Hansan 226 days』를 개최한다. 제목의 ‘저苧’ 는 한자의 모시 저, 그리고 한글의 ‘저마다’에 포함되는 각 개인 혹은 사물, 그리고 자신을 뜻하는 일인칭 대명사의 의미를 담고 있다. 2022년 11월 1일부터 2023년 7월 1일까지 226일 동안 한산에서 직접 손으로 모시를 짰음을 제목에서 보여준다. 김보연은 지난해 이화여대 섬유예술 박사학위를 받고 본 전시는 이후 첫 개인전이다. 본 개인전에서는 226일간의 사진, 영상 기록과 함께, 작가가 한산에서 직조한 20미터가 넘는 여러 필의 모시 직물을 펼쳐 선보인다. 산업적 가공 없이 자연 재료와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 천연 섬유를 방대하게 펼쳐 씨실과 날실이 이루는 유기적 관계와 오래된 직조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개한다.
모시는 쐐기풀의 일종으로, 줄기의 겉껍질을 잘게 쪼개고 이어 실을 만든다. 이 실로 짠 모시는 가볍고 통풍이 잘되어 전통적으로 각광받은 우수한 여름 섬유로 꼽힌다. 특히 충청남도 서천군 한산면의 모시가 전국적으로 유명하고 ‘한산모시짜기’는 우리나라 중요무형문화재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널리 알려져있다. 모시는 동아시아 3국에서 전통직물로서 오랫동안 이어져 보존되고 있으며, 한국은 ‘모시’ , 일본은 ‘조후上布’, 중국은 ‘시아뿌夏布’로 부른다.
작가 노트
『저(苧)마다의, Hansan 226 days』는
2022년 11월 1일에서 2023년 7월 1일까지 한산에서 체류한 날들 가운데
한산모시관의 베틀작업방에 들어간 날들의 수로,
모시를 짜기도 하고 선생님들과 장인의 작업 조사를 하기도 한 시간에 관한 전시이다.
‘苧’는 ‘모시 저’로 모시를 지칭하는 한자어면서, ‘저’는 ‘나’를 지칭하는 한글이기도 하다.
그러니 이는 모시 이야기이자 나의 이야기이다.
사람마다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듯이 한 필의 모시는 그 자체로 무수한 씨와 날이 만나 이루어진 하나의 존재이고 ‘苧마다의’ 이야기가 있다는 생각을 가진다.
하얗고 곱고 비치는 시원한 모시는 일견 모두 같아보이지만
한 올 한 올, 한 자 두 자, 하루 하루, 한 필 두 필 열 여덟 필의 모시에 녹아
누군가의 손과 누군가의 땀과 눈물, 한숨, 기쁨, 충만, 무념무상, 고됨과 지리함, 고됨을 잊게 하는 몰입의 순간들이 올올이 엮인다.
어느 날은 섬세하고 여리고 부서질 듯 가는 실로 가볍고 맑은 베를, 어느 날은 바람에 꺾인 상처입은 모시풀의 갈색 반점이 종으로 횡으로 흩뿌려진 듯 거칠고 굵은 베를,
가을 겨울 봄 여름 변화하는 시간과 자연속에
이름 모를 분들이 이로 쪼개고 무릎에 삼아, 밤을 벗삼아 끝없이 이은 실을
씨실과 날실로 놓아 짜나가다 보면
그 뒤에는,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언뜻 떠오른다.
어느 겨울, 해 떨어진 어두운 밭길을 선생님 따라 걷고 걸어 닿은 작은 집에 희미한 빛에 의지해 무릎에 비벼 실을 만들던 할머니, 이 베를 짜려고 준비하였다가 허리가 아파서 묻어둔 실, 여러 필을 짜려고 욕심껏 장만했다가 영감이 별세하자 더는 짜기 싫어졌다는 할머니의 실, 내가 아들 딸 이불해주려고 감아두었는데 아무래도 못 짜게 생겼다는 실
‘과연 이러한 사연의 실들로 내가 모시를 짜도 될까’ 무명의 모시실에도 저마다의 사정과 이야기가 있었다.
건너편을 투명하고 분명하게 비쳐주는 것도, 전혀 알 수 없게 가리는 것도 아닌 모시의 반투명함은 보일 듯 말 듯 잡힐 듯 말 듯, 다 알려주지도 다 알 수도 없이 희미하고 아련하게 보이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전통의 속성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전통이라는 것은 오래전의 것, 한산이라는 苧 먼 곳에서 ‘저들’이 짜는 것으로 멀찍이 두었던 오늘, 조금은 알 듯 아직은 모를 듯 속닥속닥 웅얼웅얼 들리기를 바란다. 저마다의 이야기
<단상들>
/
모시는 내게 백지와 같다
/
씨실과 날실이 교차하여 짜여지는 베는
너와 내가
나와 무수한 내가 만나
걸어가는 길과 같다
/
구비구비 길게 놓인 날실과
한 줄 한 줄 짜이는 씨실은
전통과 현재가 만나
엮여 한 발 한 발 놓여가는
길과 같다
/
한 필은
하나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