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
박효정 작가노트
- The collection -
계곡과 계곡을 지나온 동그란 돌들, 들판에 흔들리던 작은 풀꽃, 작게는 2,30년 많게는 그 열 배의 시간을 지나온 나무뭉치, 광물질 무쇠, 가죽…
나는 그 물질과 형태 속을 바라볼수록 명색이 예술가, 조각가란 명함을 내밀기가 부끄러워졌다.
인간이 무엇을 더 완전하게 아름답게 할 수 있는가?
거기엔 이미 익히 숙지해왔던 조형적인 조건과 원리들을 다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난 근래 이런 저런 생각들 속에서 작업하는 것이 심드렁 해 있었다.
해서, 그 동안 수집해 왔던 오래된 재료와 object 들을 바라보며 돌에게, 나무에게 누를 끼치지 않는 범위에서 기능이란 겉옷을 입혀 보았다.
나의 시야에 들어온 자연의 전리품 중에서 누군가는 그것에 기대여 대화하고 위로 받으며 아름다운 동행이 시작되기를 희망한다.
그 안엔 우리를 맞이할 그 어떤 에너지와 힘, 신화와 전설이 내재된 건 아닌가?
조각가란 꼬리표를 달아준 1990년 어느 공모전의 대상 작품 명이 `지나간 기억에 대한 유희' 였다.
20년이 흐른 이쯤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놀이와 같은 작업을 시도했지만 결국 나의 자리는 엄연히 있는 것을 잊지 않기로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