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태진이 지난 1년 반 동안 준비해 온 이번 개인전은 총 35점의 목판 채색 작업이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는 그가 지난 몇 년간 꾸준하게 보여준 태권브이를 테마로 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연작뿐만 아니라 낙장불입연작과 더불어 삼국지 시리즈가 한 자리에서 소개된다. 목판부조라는 독특한 형식의 회화세계를 구축해온 성태진의 작품은 이번 개인전을 통해 꾸준하게 하나의 주제의식에 입각한 판화와 회화, 형식과 내용의 쟝르간, 형식간의 조합과 실험에 대한 성과를 보여준다.
판화를 전공한 그는 그의 창작의 재료로 캔버스대신 목판을 사용한다. 즉, 그가 매일 10시간이 넘는 고단한 작업 과정을 통해 얻어내는 목판부조는 판화를 찍기 위한 목판 양각 작업이 아니라 그 판이 하나의 캔버스가 되어 그가 파내는 선하나, 옷깃 하나에 생명력을 부여하고 있다. 강렬하고 화려한 키치적인 채색역시, 그의 작품이 생명력을 가지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만화영화의 영웅인 로봇들이 해학적인 모습으로 살아 꿈틀대도록 생명을 불어넣을 뿐만 아니라 그가 일관되게 보여주고자 하는 주제의식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성태진 작품이 가지는 독창성은 부조회화나 강렬한 채색, 작가의 분신이 된 태권브이나 마징가 제트 등과 같은 만화속의 옛 영웅을 소재로 한다는 점 외에도 모든 작품 속에서 읽혀지는 텍스트들이다. 이는 작가가 담고자 하는 주제의식을 직접적으로 또 때로는 시조나 시구를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옛 성현의 시조에서 윤동주, 대중가요의 노랫말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 속에 차용된 소재는 시대와 장르를 초월한다. 서로 이질적인 시조와 로봇이라는 요소들은 작가 성태진의 손길을 거쳐 화면 안에서 텍스트가주는 개념의 층과 이미지 간에 상호 유기적으로 작용하며 살아 숨 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