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Inhwa Solo Exhibition ‘Depth of light’

LVS PROJECT_이인화 개인전 빛의 두께


빛의 두께?

Depth of light

이인화 개인전
Lee Inhwa Solo Exhibition

2016. 6. 10 (FRI) – 6. 22 (WED)
Opening Reception 2016. 6. 10 (FRI) ?5:0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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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S PROJECT (서교동)는 오는 6월 10일부터 22일까지 이인화 도예가의 첫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인화 작가는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도예를 전공하고 현재 양구 백자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2011년 청주 국제공예비엔날레 국제공모전 금상 수상에 이어 최근 2015년 같은 공모전에서 대상을 차지하였다. 프랑스 파리 국립장식박물관, 독일 뮌헨 바이에른 국립 미술관, 영국 더램대학교 오리엔탈 박물관, 독일 퓌르스텐베르크 박물관, 독일 켈렝후젠 박물관, 미국 로스엔젤레스 JF Chen 갤러리 등 세계적인 기관에서 전시한 바 있으며 바티칸 교황청, 영국 더램대학교 오리엔탈 박물관, 일본 기후현 Museum of Modern Ceramic Art 등 해외 유수의 콜렉션에 작품이 소장되었다.

이인화 작가는 투광성이 돋보이는 얇은 도자기로 잘 알려져 있다. 작가는 그간 순백색 흙의 투명함을 가장 아름답게 이끌어내고자 재료의 특성과 가능성, 특히 빛과의 상호작용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해 왔다. 그 결과, 재료의 한계를 넘어선 듯 종잇장처럼 얇지만 견고한 도자기를 탄생시켰다. 이번 첫 개인전에서는 그 동안 쌓아온 기술의 정점을 찍는 ‘감정의 기억 (Memory of Emotions)’ 과 ‘색의 그림자 (Shadowed Color)’ 연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중 주를 이루는 ‘감정의 기억 (Memory of Emotions)’ 은 2015년 청주 국제공예비엔날레 국제공모전 대상 수상작이기도 하며 투광성과 불투광성의 표면을 다양한 패턴으로 병치시켜 백자소지의 투명함을 극대화 시킨다. 흙과 빛과 그림자가 자아내는 작품의 은은한 아름다움은 작가가 이토록 완벽한 도자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숨을 참아가며 깎아내고 연마했듯이 보는 이 또한 숨을 멈추고 집중하게끔 한다.

함께 전시되는 ‘색의 그림자 (Shadowed Color)’ 연작은 색소지와 전통 도예기법 중 하나인 연리문 기법을 사용하여 백색토, 빛, 그림자에 색감이 더해져 또 다른 현대적 아름다움을 빚어낸다. 이 중 ‘두 개의 노란 실린더 (Yellow Cylinders)’는 최근 프랑스 파리 국립장식박물관과 독일 뮌헨 바이에른 국립 미술관에서 전시되었으며 국내에서는 처음 정식으로 선보여질 예정이다.

 

“세상의 많은 일들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지만, 그 가운데 특히나 나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이 있다. 숙련된 손이 조용히 공들인 사물이 바로 그것이다. 땜을 했음에도 자국이 보이지 않는 금속기물이나 바늘땀이 균일하다 못해 운율이 느껴지는 누비보자기 같은 것들이다. 그러한 사물에는 화려한 형태나 매력적인 내러티브를 넘어서는 특별한 아름다움이 있다.? 거기에는 주어진 재료를 잘 다루기 위해 오랜 시간 노력한 누군가의 삶이 녹아있다. 구석구석까지 완벽하게 만들고자 정성 들이는 마음과 능숙한 손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그런 아름다운 사물들이 내 마음을 뛰게 한다. 그리고 그러한 사물을 만들기 위해, 매일 작업실로 향한다.”

 

재료와 연습

나는 순백의 흙을 가지고 사물을 만든다. 그런데 순도 높은 흙은 다루기가 어렵다. 작업을 시작한지 10여년이 흘렀지만, 나에게 흙은 아직도 난감한 숙제 같다. 그 흙으로 물레를 차고, 깎고, 시유하고, 소성하는 일, 어느 과정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부단히 연습하고 매일의 시간을 바치면 그제서야 흙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아주 조금 내어준다. 그 아름다움에 감동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다시 내 시간과 땀과 정성을 흙에 쏟는다. 재료와 나 사이의 밀고 당기는 연애는 좀처럼 끝나지 않는다. 공예가로 살아가겠다고 결심한 순간, 나에게 주어진 운명인 것 같다.
조용히 돌아가는 물레판 위에 반건조된 기물을 물로 살짝 붙이고, 굽칼로 외면을 깎아낸다. 초경합금의 매우 단단한 칼이 무른 흙을 종잇장처럼 얇게 깎아내는 일은 참으로 경이롭다. 조금의 흔들림도 용납치 않으니, 숨을 참아가며 칼끝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기물을 붙여놓은 물이 마르기 전에, 1mm의 오차도 없이 매우 신속하게 깎아야 한다. 다 깎아내기 전에 기물이 물레판에서 떨어지는 일이 생기면, 소성 후 여지없이 휘기 때문이다. 흙과 불은 정직하고 냉정해서, 기벽의 두께가 일정한 완벽한 원이 아니라면 기물에 변형을 일으킨다. 흙은 고온의 불 속에서 고체도 액체도 아닌 상태로 제작과정 중 받은 힘을 기억하여 반드시 결과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물레를 차는 것에서부터 소성에 이르기까지, 얇은 도자기를 만드는 일에는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하며, 눈곱만한 실수도 허락되지 않는다.

얇은 도자기

이렇듯 도자기를 얇게 만드는 일은 수월치 않다. 하지만 매력적이다. 너무 얇아서 금방이라도 바스러질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이아몬드 재질로만 표면을 갈아낼 수 있는 견고한 물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빛이 드리우면 내용물이 비칠 정도로 투명하다. 도자기의 투명함은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의 투명함과 다르다. 1300도가 넘는 고온, 고압을 견뎌낸 흙의 치열함 때문일까, 유리처럼 쉽사리 모든 것을 다 보여주지 않는다. 마치 면사포를 쓴 신부의 얼굴 같다. 보이지만 잘 보이지 않는 어렴풋함 때문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아름다움이 생겨난다.
빛이 드리운 얇은 도자기의 아름다움은 빛보다 오히려 그림자의 존재로 완성된다. 역설적으로, 기벽 전체가 균일하게 얇은 도자기에 빛이 투과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전체적으로 얇은 천보다, 부분적으로 두께가 다른 조각보에서 빛의 효과를 더 분명하게 느낄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조각보의 바탕 천과 덧댄 천 사이에는 그림자의 존재가 끼어있다. 빛이 머무르는 정도를 다르게 만들어주는 두께 차이가 빛을 알아차리게 해주는 것이다. 그렇게, 사물에 드리우는 빛에는 두께가 있다.

빛의 두께

나의 얇은 도자기는 빛의 두께에 관한 이야기다. 이야기는 고작 1mm의 근소한 차이로 시작된다. 빛의 투과 정도를 조절하기 위해 소지의 색, 명도, 채도 그리고 투광도를 다양하게 활용하지만, 결정적으로 기물을 투명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두께 차이다. 두께 차이로 인해 그림자가 생겨나고 그 그림자들이 중첩되어 새로운 빛의 효과를 만들어낸다. 극도로 얇기 때문에 내부 조명장치 없이도 자연광 상태에서 빛이 투과되는 도자기. 단지 얇기만 한 것이 아니라 미세한 두께 차이로 빛과 그림자의 아름다움이 생겨나는 도자기. 이것이 내가 오랜 시간 재료와 씨름하며 발견한 흙의 아름다움이다. 투과한 빛은 강렬하거나 선명하지 않다. 은은하고 아련하다. 하지만 빛을 투과시키는 그 어떤 사물과도 느낌이 다르다.
흙으로 표현할 수 있는 아름다움이 모래사장의 모래알만큼 다양하다면, 나는 그 중 ‘빛의 두께’라는 모래 한 알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 그 모래 한 알을 오랫동안 세심히 지켜봐 온 나의 삶이 이번 전시 작품에 담겨 있다. 바라건대, 나의 작품들이 소소하고 조용하게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여주었으면 좋겠다.